14분간의 이별 (견공시리즈 23)
이월란(09/09/06)
내가 집에 있는 한 나와 토비는 한 몸이다
하지만 젖은 커튼이 우릴 갈라놓는 시간이 있으니
나의 샤워 시간
토비는 샤워하는 인간을 처음 본 것인지
처음 삼일간은 욕조 벽에 붙어 서선 목청껏 울었었다
장맛비에 떠내려가는 주인을 상상하듯 울부짖었다
다음 일주일간은 울지 않고 커튼 너머에 붙어 서 있었고
그 다음 날부턴 커튼이 닫히고 나서 물소리가 끝나는 시점까지
빈둥거리며 밖에서 놀다가
커튼 젖히는 소리에 달려와 득달같이 안겼다
이젠 고까짓 14분간의 이별이 두려워 울진 않는다
샴푸내가 기분 좋은 나의 주인은
떠내려가지 않고 그 자리에 늘 그렇게 있다는 걸 안다
자기처럼 온몸에 털이 나지 않아 매일 씻어야 한다는 걸 안다
길들여진다는 것, 나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