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4
어제:
133
전체:
5,032,143

이달의 작가
2008.05.10 08:21

그대여

조회 수 510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여


                                                   이 월란




그대여
우리 언제 마주보며 서로를 얘기할 수 있나
황망히 휩쓸고 간 그 바람같은 것들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나
얼굴 파묻어 두 눈에 숨긴 붉은 하늘의 통증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머문 적도, 떠난 적도 없는 허공의 자리
닿을 수 없는 구릉 위에서 피고 지던 꽃들이
폭염에 나뒹굴던 그 고뇌의 땀방울들이
방향 잃은 두 발 아래 쌓이던 갈잎들이
홀로 걷는 어깨 위에 흔적 없이 녹아내리던 옥설들이
모두 나의 삼켜버린 울먹임이었다고
어떻게 다 말 해 줄 수 있나


누군가 자꾸만 등을 떠밀어
멀리 멀리 가라던
한없이 먼 길을 가라던
그 설움 속에 누군가 오롯이 서 있다
하얀 백지로 놓여 나의 시를 받아 적던 것이
바로 당신의 가슴이었음을


표류한 듯 멈춘 이 자리
마른 땅 배회하는 걸음마다
제웅처럼 서 있던
당신, 여기 저기 꽃피었음을


한순간 내 안에서 걸어나온 이
그 작은 어깨로 세상을 다 짊어지고 떠나버리던
느리게 왔다 서둘러 가는 것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가슴 어느 구석쯤의 거처
파열음 하나 없이 저 하늘 부서져내린 그 자리
나 이제 눈 뜨고 지나칠 수 없음을


내 심장의 호적에 핏빛으로 줄 그인
영원한 동명이인이었음을
후사경에 영구히 새겨진 사막의 해안선같은 이였음을
내 눈물의 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음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2007-8-25



?

  1.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Date2008.11.12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97
    Read More
  2. 피카소 안경

    Date2009.10.14 Category By이월란 Views497
    Read More
  3. 기우杞憂

    Date2011.01.30 Category By이월란 Views498
    Read More
  4. 인형의 눈

    Date2011.09.09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498
    Read More
  5.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499
    Read More
  6. 픽션과 논픽션

    Date2010.05.21 Category By이월란 Views499
    Read More
  7. 동태엄마

    Date2010.02.15 Category By이월란 Views500
    Read More
  8. 여행, 일탈을 맛보다

    Date2008.05.07 Category By이월란 Views502
    Read More
  9. 숲의 함성

    Date2010.10.29 Category By이월란 Views502
    Read More
  10. 변기 위의 철학

    Date2010.12.14 Category By이월란 Views502
    Read More
  11. 금치산녀

    Date2009.08.29 Category By이월란 Views503
    Read More
  12. 山人, 船人, 그리고 詩人

    Date2010.05.21 Category By이월란 Views503
    Read More
  13. 마루타 알바

    Date2009.06.17 Category제3시집 By이월란 Views506
    Read More
  14. 자동 응답기

    Date2010.02.28 Category By이월란 Views506
    Read More
  15. Revenge

    Date2010.02.28 Category영문 수필 By이월란 Views507
    Read More
  16. 레테의 강

    Date2011.07.26 Category By이월란 Views508
    Read More
  17. 어항

    Date2008.05.07 Category By이월란 Views509
    Read More
  18. 푸쉬킨에게

    Date2008.05.07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510
    Read More
  19. 그대여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510
    Read More
  20. 꿈꾸는 발

    Date2010.02.12 Category By이월란 Views51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