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4
어제:
245
전체:
5,032,538

이달의 작가
2010.09.06 02:23

편지 4

조회 수 353 추천 수 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편지 4


이월란(2010/08)


꽃이 피길래
꽃이라 쓰고 꽃이라 읽습니다
단풍이 들면
단풍이라 쓰고 단풍이라 읽겠습니다
눈이 오면
눈이라 쓰고 눈이라 읽겠습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
그냥 밥만 먹었는데도 낳아보니
손발 달리고 얼굴 가진 인간의 아기였듯
엄마라 부르기에 엄마가 되었듯
그리고 또 해가 바뀌었을 때
새 해 첫 날, 숫자 하나 바꿔 쓰면 그만이었듯

말없이 사랑이 되고
말없이 이별이 되었듯

가고 오는 것들은 무례하게도 경계를 모릅니다
어리둥절 바보 같음은 갈수록 더합니다
앉아 있다 고개 들고 보면 해가 지고 별이 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로 가지 않고
가슴에서 주저앉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길눈이 자꾸만 어두워집니다
기초 없이 시작한 삶의 언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또 봄이 오면
꽃이라 쓰고 꽃이라 읽겠습니다
가슴 붉어지면
단풍이라 쓰고 단풍이라 읽겠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얼어버리면
눈이라 쓰고 눈이라 읽겠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 마중물 이월란 2008.05.09 296
130 에움길 이월란 2008.05.09 405
129 소낙비 이월란 2008.05.09 359
128 제1시집 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월란 2008.05.09 336
127 꽃이 될래요 이월란 2008.05.09 338
126 제1시집 부음(訃音) 이월란 2008.05.09 428
125 행복사냥 이월란 2008.05.09 354
124 주망(蛛網) 이월란 2008.05.09 349
123 청연(淸緣) 이월란 2008.05.09 370
122 사유事由 이월란 2008.05.09 715
121 제1시집 망부석 이월란 2008.05.09 318
120 제1시집 고백 이월란 2008.05.09 318
119 제1시집 공사다발지역(工事多發地域) 이월란 2008.05.09 392
118 제1시집 그리움은 강이 되어 흐르게 하라 이월란 2008.05.09 385
117 제1시집 수평선 이월란 2008.05.09 373
116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53
115 별이 된 사람 이월란 2008.05.09 328
114 제1시집 봄이 오는 소리 이월란 2008.05.09 336
113 제1시집 중독---詩들의 병동에서 이월란 2008.05.09 329
112 제1시집 해빙기(解氷期) 이월란 2008.05.09 345
Board Pagination Prev 1 ...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