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1
어제:
245
전체:
5,032,515

이달의 작가
2013.05.24 02:25

책이 있는 방

조회 수 353 추천 수 5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이 있는 방


이월란(2013-5)


아무와도 닮지 않은 거울 앞에서
무뇌한 공기는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
경악할 일도 감동할 일도 없는
활자들은 문장이 되지 못한다

책장을 넘기던 사람들은
죽어갈 때만 한 줄씩의 문장을 남긴다
결코 거래되지 못할 유작만을 꽂아두는
바람의 손가락은 빠르다

편집되지 못한 두 입술로
율법처럼 서 있는 당신을 보았을 때
나는 우상을 베고 누운 이단자가 되고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었다

내가 개입되자마자 함정이 파이던
모호한 풍경들을 읽어내기 위해
화려한 세간처럼 횡설수설 꽂힌 기억들
사실이 아닌 것만을 곱씹어 먹고 배가 불러 온
대가로 나의 변기는 지금도 향기롭다

정밀한 수단은 모조리 헛것이어서
속옷을 벗고 입는 소리만 누워 있는 침실 안에
차라리 빛나는 기교들이 숨어 있었다
방충망에 걸린 날벌레는
달작지근한 과육의 높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게 진즉 깔렸던 무수한 복선들은
현란한 화술로도 해명될 수 없어
나를 체처럼 받치고 걸러진 모든 오자들을 엮어
치밀어 오르는 침묵의 활자를
모국어처럼 읽으려 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1 거부 이월란 2008.05.09 282
210 간이역 이월란 2008.05.09 289
209 사람이 그리울 때 이월란 2008.05.09 432
208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207 날개 달린 수저 이월란 2008.05.09 276
206 사랑아 2 이월란 2008.05.09 303
205 사랑아 1 이월란 2008.05.09 285
204 선물 이월란 2008.05.09 236
203 제1시집 들꽃 이월란 2008.05.09 304
202 사랑 2 이월란 2008.05.09 299
201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월란 2008.05.09 370
200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199 제1시집 오줌소태 이월란 2008.05.09 382
198 레모네이드 이월란 2008.05.09 364
197 마작돌 이월란 2008.05.09 377
196 나 이제 사는 동안 이월란 2008.05.09 324
195 제1시집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5.09 300
194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193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192 제1시집 중신(中身)의 세월 이월란 2008.05.09 294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