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5
어제:
142
전체:
5,026,318

이달의 작가
2008.12.26 04:02

눈(雪)이 무겁다

조회 수 41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눈(雪)이 무겁다


                                                                            이월란




탈곡 중인 하늘길 가득 허기진 낟알들이 어지럽다
해무를 닮은 눈보라의 도시 가운데 섬으로 갇힐까
우린 눈을 치러 나간다
두툼한 오한의 방수복을 입고 길을 내러 간다
푹신하게 쌓인 눈밭을 반듯한 논밭처럼 갈라놓고
양쪽으로 눈삽을 미는데
삽 가득 밀려 쌓인 눈들이 이리 무거울수가
절명해버린 수정깃털 한 삽은 하얗게 부패된 시신처럼 무겁다
내가 낳은 신생의 체중보다도 무겁겠다
가벼이 내려도 무거워지는 이승의 무게는
하늘에선 가벼이 내려도 지상에선 무겁게 쌓이는 슬픈 역설이겠다
천상에서 받아내린 가벼운 목숨도
너와 나의 손에선 얼음살이 박여 이리 무거워졌을까
초로의 생명도 너테처럼 겹겹이 굳어 이리 모질어졌을까
발자국이 닿지 않는 지붕 위에선, 잔디 위에선, 나무 위에선
이리도 굼뜬 노역을 거치지 않고서도
해무늬 지는 빛 아래 흔적 없이 녹아내릴 것을
밟기 위해 쌓인 눈 속에 땅빛의 길을 뚫어야 하는
천 길 물 속 같은
사람의 앞마당은 오늘도 이리 무거워지는 것임을
뜸길같은 인적을 놓기 위해
이리 휘청이는 삽질이 되는 것임을

                                                                          2008-12-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1 영문 수필 YOGA: Wake Up My Body 이월란 2010.12.14 417
390 솜눈 이월란 2008.05.07 418
» 눈(雪)이 무겁다 이월란 2008.12.26 418
388 견공 시리즈 둔갑술(견공시리즈 53) 이월란 2010.02.15 418
387 견공 시리즈 시선(견공시리즈 75) 이월란 2010.06.28 418
386 영문 수필 The Price of an Aging Society 이월란 2011.04.09 418
385 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2008.10.27 419
384 두부조림 이월란 2011.07.26 419
383 가나다라 천사 이월란 2013.05.24 419
382 새벽 이월란 2010.07.09 420
381 빛의 판례 이월란 2012.02.05 420
380 난청지대 이월란 2010.08.22 421
379 인형놀이 이월란 2010.12.14 421
378 동백 아가씨 이월란 2014.10.22 421
377 갈증 이월란 2010.06.07 422
376 견공 시리즈 種의 기원(견공시리즈 71) 이월란 2010.06.18 422
375 개그 이월란 2010.07.19 422
374 연옥 이월란 2010.08.22 422
373 반지 이월란 2010.09.06 422
372 너의 우주 이월란 2012.01.17 422
Board Pagination Prev 1 ...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