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5
어제:
290
전체:
5,023,238

이달의 작가
2009.08.29 06:50

겨울 갈치

조회 수 601 추천 수 4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울 갈치



이월란(09/08/29)



눈 오는 밤을 하얗게 견디고
맵싸한 양념처럼 칠십 평생 육질에 스민 붉은
김장독, 그 속엔
한 땐 바다와 한 몸이었을 펄떡이는 세월로 묻힌
은갈치 몇 마리 뼈째 삭고 있었지
그녀가 나고 자란 해안선을 닮은 화단 속에
뭍에도 바다를 심는 어미근성으로
물엽맥 같은 심줄마저 시린 해조음에 익어가던 갈칫살
번득이는 비늘 한 조각 없던 그녀의 알몸처럼
그리움도 한스러움도 마른 땅위에 해감내처럼 익어
해면을 차고 오른 은빛 물결 띠는
그 때도 꿈 같아라
피라밋처럼 쌓여있던 배추들은
그녀, 온 생애의 가을걷이처럼 높고 성스러워
버무린 세월 속 수건 두른 삶의 허리가 뻐근해지는
혹한의 문을 열고 나가 한 포기씩 꺼내주시던 나의 유년은
절절 끓는 아랫목에 시린 발을 들이민 것만큼이나 저린 것이라
김장도 없이 묻은 장독도 없이
갈치 한 조각 꺼내먹는 중년의 가을에도
어제인 듯 그제인 듯 결코 얼지 않는 겨울 강을 헤치고
버릇처럼, 백악기의 화석 같은 어미를 꺼내 먹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51 뮤즈에의 구애 이월란 2009.05.19 610
1550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 겨울 갈치 이월란 2009.08.29 601
1548 비말감염 이월란 2010.08.22 597
1547 고시생 커플룩 이월란 2010.05.21 594
1546 황사 이월란 2008.05.07 591
1545 수필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589
1544 수필 사랑의 복수 이월란 2008.05.07 587
1543 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 2009.06.01 584
1542 견공 시리즈 큰 가슴, 작은 가슴(견공시리즈 55) 이월란 2010.02.15 581
1541 쇠독 이월란 2012.05.19 579
1540 타임래그 2 이월란 2010.10.29 579
1539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이월란 2008.05.07 579
1538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1537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578
1536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1535 환절의 문 이월란 2010.10.29 575
1534 야경(夜景) 이월란 2008.05.07 575
1533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573
1532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