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2
어제:
142
전체:
5,026,315

이달의 작가
2009.11.11 11:47

미역국

조회 수 452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역국




이월란(09/11/08)




오랜만에 미역국을 끓여 혼자 사흘 째 먹고 있다
산모처럼


느거 엄마도 너 낳고 미역국 묵었제
내세울 것 없는 농땡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던지던
중학교 국사선생님의 독설이 미역처럼 둥둥 뜬다


울 엄마도 날 낳고 미역국을 드셨겠지
내가 흡혈귀처럼 빨아 마신 당신의 피가
미역 한 줄기로 맑아지고 또 맑아지다 마침내 투명해져
전신이 눈물로만 도셨겠지


시골 조산원 온돌방마다
전투의 상흔처럼 부른 배를 이불 속에 숨기고
패잔병처럼 누워 있던 예비 산모들
전리품 같은 아이를 옆에 뉘고서야 포상처럼 받아 마시던
그 바닷말, 바다의 말


한 번씩 뜨거운 미역국을 한 사발 퍼먹고서
분내나는, 발가벗은 아기를 안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 뱃속이 휭하니 비어버린 해산어미 같은 가슴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이
신생의 두 눈동자 속에 뜬금없이 새겨져 있을 것만 같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1 푸른언어 이월란 2008.05.10 249
290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5.10 249
289 젖니 이월란 2011.09.09 248
288 제2시집 탈놀이 이월란 2008.08.11 248
287 제2시집 봄밤 이월란 2008.05.10 248
286 Dexter 이월란 2008.05.10 248
285 평생어치 이월란 2008.05.09 248
284 그리움 이월란 2008.11.19 247
283 동일인물 이월란 2008.05.10 247
282 왜 당신입니까 이월란 2008.05.10 247
281 시야(視野) 이월란 2008.09.04 246
280 제2시집 숲길을 걸으면 이월란 2008.07.26 246
279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246
278 어느 아침 이월란 2008.05.10 246
277 제3시집 개 같은 4 (견공시리즈 124) 이월란 2012.08.17 245
276 나이 이월란 2011.07.26 245
275 제3시집 유고시집 이월란 2008.11.20 245
274 제2시집 비행정보 이월란 2008.05.10 245
273 눈부셔 눈부셔 이월란 2008.05.10 245
272 노안(老眼) 이월란 2008.05.10 245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