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2
어제:
279
전체:
5,029,168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5

난간에서

조회 수 1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난간에서


이월란 (2016-7)

 

길이 끊어진 자리에 자라난 소멸의 문

디딜 수 없는 깊이가 왠지 환하다

팽팽한 절벽 앞에서 잡는 곳마다 손이 되고

닫아도 열어도, 아무도 전율하지 않는다

장애를 쉬이 뛰어넘은 넋은 어느새 두 날개가 돋고

놓을 수 없는 이들을 향해 짧은 손을 흔든다

 

땅과 바다의 경계처럼 지워졌다 다시 그려지는 구조물

나무를 닮아 뿌리가 깊다

베란다의 덩굴은 알피니스트처럼 타고 올라

쇠붙이마저 끌어안으며 붙어살고 있는데

밤을 보내는 자리마다 그 날의 정상이었으리라

누군가 떨어진 자리에

보수되지 못하고 방치된 꿈이 달려 있다

 

해 아래 체온처럼 따뜻해진 시간을 꼭 쥐어본다

꼭 아기 손목만한 굵기를 따라 몇 걸음 떼어본다

삶의 외곽은 늘 단단하다

경사 깊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꽉 붙들었던 꿈은

내려가서 보면 언제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을 달수록 속절없이 장엄해지는 높이

삶의 중력은 한 뼘 너머에서 어김없이 작동할 것이다

어디에고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어제도 이 자리에 있었다

백지 위의 선 같은 기둥에 잠시 기대어 보면

가장자리를 벗어나는 무늬가 있다

다시 호명되는 꿈이 있다

신발 한 짝을 흔들어보다 아차, 떨어뜨리고 말았다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맨발이 낫겠다, 뿌리 뽑힌 난간처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1 당신 이월란 2008.05.07 394
1630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1629 수필 편애하는 교사 이월란 2008.05.07 713
1628 견공 시리즈 토비의 천국(견공시리즈 25) 이월란 2009.09.12 401
1627 수필 사랑의 복수 이월란 2008.05.07 587
1626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월란 2009.09.12 472
1625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11
1624 견공 시리즈 14분간의 이별(견공시리즈 23) 이월란 2009.09.12 280
1623 견공 시리즈 덤벼라(견공시리즈 24) 이월란 2009.09.12 316
1622 여행, 일탈을 맛보다 이월란 2008.05.07 502
1621 영혼 받아쓰기 이월란 2009.09.12 406
1620 솜눈 이월란 2008.05.07 418
1619 황사 이월란 2008.05.07 591
1618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5
1617 눈길 이월란 2008.05.08 338
1616 제1시집 마음의 거리(距離) 이월란 2008.05.08 484
1615 죄짐바리 이월란 2008.05.17 290
1614 타인 이월란 2008.05.08 359
1613 바람 맞으셨군요 이월란 2008.05.08 317
1612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53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