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42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피아노는 늘
육체를 다스리는 풍습에 젖는다
열 손가락으로 광! 광! 두들기는
말초신경의 뻔뻔함으로
육체를 거부하는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피아노 치는 여자는

검정 속옷과 스터킹
어지러운 손가락 놀림
발밑에 눌리는 소프트 페덜만으로
피아노는 충분히 남자의 함정이다
피아노 치는 여자 목 아래로 푹 파여 있는
아늑한 함정이다

육체는 육체끼리
영혼은 영혼끼리
따로 떨어진 연습실에서 음계연습을 한다
머리를 잘 빚지 않는 남자를
자신에게 단단하게 묶어 두기 위하여
오늘도 밤늦도록 피아노 치는 여자여
이룰 수 없는 사랑,
저 싱싱한 페미니즘이 붉은 피를 흘릴 때
슬며시 고개를 드는 휴머니즘을 위하여
나를 때려 다오, 피아노 치는 여자여
여지 없이 나를 발로 짓눌러 다오
새까만 그랜드 피아노 소프트 페덜처럼

* 피아노 치는 여자 - 20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소설 제목

© 서 량 2005.02.09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50 플라톤 향연 김우영 2010.02.24 1233
2149 풍차의 애중(愛重) 강민경 2013.04.26 297
2148 풍차 성백군 2012.08.29 129
2147 풍성한 불경기 강민경 2015.04.10 215
2146 풍광 savinakim 2013.10.24 193
2145 풍경(風磬) 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22 132
2144 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24 246
2143 시조 풍경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9 86
2142 풋내 왕성한 4월 강민경 2017.04.06 124
2141 품위 유지비 김사빈 2005.12.05 640
2140 시조 풀잎이 되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6 219
2139 풀잎의 연가 강민경 2019.01.18 126
2138 풀에도 은혜가 있으매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8.24 146
2137 풀루메리아 꽃과 나 강민경 2016.04.10 194
2136 풀꽃, 너가 그기에 있기에 박영숙영 2017.09.29 200
2135 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09 174
2134 강민경 2011.07.04 315
2133 푸른 언어 이월란 2008.04.08 232
2132 폴짝폴짝 들락날락 강민경 2018.11.07 161
2131 폭포 강민경 2006.08.11 20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