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의 외침
홍인숙(Grace)
너희는
나의 황홀했던 날을 기억하는가
나의 그늘아래 행복했던 날을 기억하는가
비워낸 만큼 충만한 나의 가슴을 만질 수 있는가
보여지는 것에 아름다워하지 말라
보여지는 것에 슬퍼하지도 말라
나는 다만 때가 되어
척박한 대지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저 깊은 겨울을 향해 묵묵히 서 있을 뿐
슬기로운 자는 들으리
내 안에서 소생하는 욕망의 소리를
갈 곳 없는 새들을 키우고
새계절 맞이할 숨결을 준비하는
내 침묵의 의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