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낙엽
홍인숙(Grace)
해마다 가을이면 책장에서 다시 찾아 읽는 시집이 있습니다.
< 마르지 않는 낙엽>. 고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이 시집을 받았을 때 "정신질환자들의 영혼을 담은 소리" 라는 부제목을 읽고 잠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사회와 격리되어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벅차 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 그분들에게 향했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한 순간,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와, 가정에서 버림받고 단절된 세계에 격리되어 있는 그 사람들. 짧은 기억 속에 정지되어 있는 부분들이 흥건한 눈물로 배어있는 글들은 너무도 맑고 순수하여 감동적인 시 세계를 이루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왜 그토록 철저히 격리 당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버림받은 것에 대한 절망감과,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외로움을 절절히 시라는 용기에 토해냈습니다.
정신질환은 어떤 특정된 사람만 걸리는 병이 아니겠지요.
복잡한 현대에 살면서 누구나 안고 있는 스트레스가 우연히, 감기처럼 뜻하지 않게 찾아가는 질병 같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철저히 소외당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움으로 고통받으며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우리 모두 똑 같이 귀한 영혼.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분들을 단죄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시켰을까요.
우는 자를 위로하시고, 없는 자를 풍성케 하시며, 천한 자를 높이시고,
눈먼 자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 그분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하루 빨리 그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꿋꿋이 일어서기를 기도 드릴뿐입니다.
그분들의 시를 이름 없이 소개합니다.
* * *
<내 모습>
13년 전 나의 세상은 모든 것이 신기했고
나의 눈에는 세상이 아름다울 뿐이었다.
10년 전 나의 세상은 모든 것이 궁금했고
나의 눈에는 자신이라는 단어만으로
세상에 어서 나가고 싶었다.
3년 전 나의 세상은 모든 것이 겁이 났고
나의 눈에는 자신보다
눈치와 두려움이라는 단어로
세상에 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
열 일곱의 나의 세상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영혼을 찾으러>
찢기고 찢기어 상처받은 내 영혼
인생을 등지고 삶도 등지고 떠도는 구름처럼
나팔불며 당신을 찾으러 떠납니다
내 영혼을 찾으러 떠납니다
다시 걷기 위하여 주저앉듯이
이젠 조금 쉬고 싶습니다
저에겐 쉬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 자리잡습니다
재충전하기 위하여 정차하듯이
빵빵 크락션을 울리며
잃어버린 영혼을 찾으러 떠나렵니다
영혼을 잡으러 떠나렵니다
안.녕.히...
(1999년 크리스챤 타임즈 )
Stay 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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