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02 23:03

백제의 미소

조회 수 676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백제의 미소





농부의 얼굴에서 막 땀을 씻어 낸 늦여름 들녁, 젖은 바람 지나가는 *황룡강의 황혼무렵에 허리굽은 노인의 걸음을 따라 서서히 그늘 짙어가는 황토길 위로 풀한포기 흔들리다가 펄럭이다가 고단한 아낙의 머리위에 얹힌 물항아리 속으로 출렁, 출렁이는 웃음을 들었던가,말았던가 숨 죽이다가 소리소문없이 퍼지는 허연연기가 실날같은 물줄기 야윈 허리를 타고 오는 것을 연신 내쉬는 물풀들의 숨소리 함께 흘러 흘러서 두 손 꼭 모아쥔 영산강 줄기를 따라 합장, 그 소문 벌써 다 들었다는 듯이 잎새 더욱 바짝 고개를 쳐들어 함께 묻혀 갈 세상쪽으로 온 몸 흔드는데, 스스로가 강이되고 바람이되고 흙이 되었다는 이땅 꼭꼭 밟고간 백제사람의 저문 꿈이 소들의 긴 걸음 따라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짚신만 덜렁 허리춤에 차고 고향 떠났다는 임진년의 아우성도 구절초, 철쭉, 진달래 꽃 뿌리 뿌리마다 두 눈에 밟혔어도 다함이 없는자애, 끊어진적 없다는 질기디 질긴 삼줄마냥 그마음 엮어엮어 마침내 이어야 할, 네 숨결 한갈피 찾다 찾다 못찾을 것이어든, 저 찢겨진 벌판에 한데 뭍혔어도 좋았을 몸뚱아리 저려오는 아픔을 더듬어 허옇게 센 머리칼로 잠시 가린 아버지의 핏줄 붉어진 울음 속으로 풀씨같은 사람들의 노래가 둥둥 떠서 지천으로 널린 돌 속에 숨은 천년, 푸르스름 번져 오는 것을,


*광주광역시에 있는 영산강 줄기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1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97
1170 우리집 강민경 2005.12.17 196
1169 바다 성백군 2006.03.07 196
1168 팥죽 이월란 2008.02.28 196
1167 배달 사고 성백군 2013.07.21 196
1166 길동무 성백군 2014.03.15 196
1165 아름다운 잎사귀로 남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0.07.06 196
1164 파도에게 당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10 196
1163 용서를 구해보세요 김원각 2 泌縡 2021.02.28 196
1162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독도시인 2022.01.12 196
1161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07 196
1160 Exit to Hoover 천일칠 2005.02.19 195
1159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3.22 195
1158 절규 성백군 2012.05.16 195
1157 봄날의 충격 강민경 2016.03.04 195
1156 쉼터가 따로 있나요 강민경 2016.05.28 195
1155 곽상희 8월 서신 - ‘뉴욕의 까치발소리’ 미주문협 2017.08.24 195
1154 C. S. ㄱ. ㄹ. 의 조화(調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8.19 195
1153 저 건너 산에 가을 물드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04 195
1152 시詩 안에 내가 함께 있으니까요 - 김원각 泌縡 2020.03.13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