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3 12:31

가시내

조회 수 2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시내



                                                                    이 월란




구름꽃을 밟으며 고향에 가면
담장과 싸우고 등지고 앉아
찰랑찰랑 햇살을 가지고 노는 콩만한 가시내 하나 있다

공깃돌에 인 손톱가시 앞이빨로 자근자근 씹어 뱉으며
땅따먹기로 차지 한 땅 가위로 잘라 귤빛 노을옷을 입혀 놓고
봇도랑 가에 외주먹 묻어 모래성 쌓고 있는 고 가시내

<토닥 토닥 토닥 토닥
까치는 집 짓고 송아지는 물 먹고
토닥 토닥 토닥 토닥
까치는 집 짓고 송아지는 물 먹고>

까치란 놈이 모래성의 단단한 아치형 등뼈를
세상 속에 버젓이 드리워 줄 때까지
흰소리 같은 노랫가락 신들린 주문인 듯
모래성이 무너질까 세상이 무너질까 침이 타도록 불러재끼며  
밥 먹으라는 엄마의 고함 소리 몰개 속에 묻어버리는 가시내

외주먹 뺀 집채 안에 호박꽃잎 뜯어낸 샛노란 촛불 밝혀 두면
봇도랑 온몸에 유채꽃으로 쏟아지던 햇살 보다 더 밝아지는 세상에
눈이 부셔 울었던 가시내

고향에 가면
까치가 되어 집을 짓고 엇송아지처럼 물 마시며
모래성 쌓고 있는 가시내 하나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92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94
2091 당신과 약속한 장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03 94
2090 코스모스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0.25 94
2089 정월 대보름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8.06 94
2088 시조 먼저 눕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6 94
2087 시조 자하연 팔당공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2 94
2086 시조 조선요朝鮮窯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23 94
2085 시조 독도-문패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23 94
2084 시조 카페에서 만나는 문우文友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26 94
2083 꽃들의 봄 마중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3.12 95
2082 시조 나팔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0 95
2081 시조 아득히 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4 95
2080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8.30 96
2079 오, 노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7.08 96
2078 찔레꽃 그녀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3.31 96
2077 시조 고백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08 96
2076 낙엽은 단풍으로 말을 합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1.25 96
2075 때늦은 감사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2.10 96
2074 시조 삼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8 96
2073 시조 묵정밭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09 96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