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0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 꿈꾸는 산수유 서 량 2005.04.02 359
70 깎꿍 까르르 김사빈 2005.04.02 337
69 아침이면 전화를 건다 김사빈 2005.04.02 332
68 K KOREA에서 C COREA로 갑시다 이남로 2005.03.30 454
67 산수유 움직이고 서 량 2005.03.28 230
66 동백꽃 천일칠 2005.03.17 253
65 밤에 하는 샤워 서 량 2005.03.13 400
64 [삼월의 눈꽃]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3.13 452
63 꽃잎의 항변 천일칠 2005.02.28 292
62 Indian Hill 천일칠 2005.02.22 269
61 Exit to Hoover 천일칠 2005.02.19 195
60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서 량 2005.02.17 320
59 주는 손 받는 손 김병규 2005.02.16 455
58 위기의 문학,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승하 2005.02.14 662
57 우회도로 천일칠 2005.02.11 205
56 몸이 더워 지는 상상력으로 서 량 2005.02.07 440
55 우리 시대의 시적 현황과 지향성 이승하 2005.02.07 1161
54 해 바 라 기 천일칠 2005.02.07 264
53 철로(鐵路)... 천일칠 2005.02.03 210
52 아들의 첫 출근/김재훈 김학 2005.02.03 588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