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57 | 시 | 갑질 하는 것 같아 | 강민경 | 2015.08.22 | 197 |
1156 | 시 | 하늘의 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7.06.19 | 197 |
1155 | 시 | 그리움 하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7.09.08 | 197 |
1154 | 시 | 저 건너 산에 가을 물드네!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12.04 | 197 |
1153 | 시 | 파도에게 당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12.10 | 197 |
1152 | 시 | 용서를 구해보세요 김원각 2 | 泌縡 | 2021.02.28 | 197 |
1151 | 시 | 가을, 잠자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19 | 197 |
1150 | 코스모스 길가에서 | 천일칠 | 2005.09.26 | 196 | |
1149 | 우리집 | 강민경 | 2005.12.17 | 196 | |
1148 | 바다 | 성백군 | 2006.03.07 | 196 | |
1147 | 배달 사고 | 성백군 | 2013.07.21 | 196 | |
1146 | 시 | 길동무 | 성백군 | 2014.03.15 | 196 |
1145 | 시 | 무슨 할 말을 잊었기에 | 강민경 | 2016.03.11 | 196 |
1144 | 시 | 세월 측량하기 / 성백군 3 | 하늘호수 | 2022.12.20 | 196 |
1143 | 시 | 쉼터가 따로 있나요 | 강민경 | 2016.05.28 | 196 |
1142 | 시 | 풀루메리아 꽃과 나 | 강민경 | 2016.04.10 | 196 |
1141 | 시 | C. S. ㄱ. ㄹ. 의 조화(調和)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8.19 | 196 |
1140 | 시 | 시詩 안에 내가 함께 있으니까요 - 김원각 | 泌縡 | 2020.03.13 | 196 |
1139 | 낙엽 이야기 | 성백군 | 2007.03.15 | 195 | |
1138 | 시 | 풍광 | savinakim | 2013.10.24 | 1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