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4 ,혼자 라는것 강민경 2009.05.26 690
1693 사목(死木)에는 성백군 2009.06.19 611
1692 암 (癌) 박성춘 2009.06.23 573
1691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641
1690 동그라미 성백군 2009.07.07 611
1689 누가 뭐라해도 강민경 2009.07.07 660
1688 눈 안에 든 별 성백군 2009.07.31 883
1687 조국땅을 그리며 박성춘 2009.08.02 630
1686 빛이 되고픈 소망에 강민경 2009.08.03 653
1685 김대중 선생님을 추모하며 황숙진 2009.08.18 943
1684 , 는개 그치네 강민경 2009.08.20 839
1683 몽유병 쏘나타 오영근 2009.08.25 838
1682 규보跬步 유성룡 2009.09.14 783
1681 어느 시인의 행적 유성룡 2009.09.17 681
1680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2009.09.17 1312
1679 어느 정신분열 환자의 망상 박성춘 2009.09.21 752
1678 밤에 쓰는 詩 박성춘 2009.09.21 666
1677 길(道) 김용빈 2009.09.23 711
1676 노벨문학상 유감 황숙진 2009.10.11 1083
1675 체험적 시론ㅡ공포와 전율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이승하 2009.10.14 1062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