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주름살 / 성백군
내 얼굴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주름살이 많다고
병원에 가서 지우자는 아내의 말에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본다
이마 제일 위, 이건
당신이 속 썩여서 생긴 것이고
중간에 큰 것, 이건
내가 성질 못 이겨 내게 화내다가 생긴 것이고
아래, 눈썹 위 이건
아이들 키우다가 생긴 것이고
양쪽 입가에 잔주름살, 이건
속없이 실실 웃다가 헛되게 생긴 쓸데없는 것
그러고 보니 정말 많기는 하다만
내가 만든 것이든 남이 준 것이든
내 몸에 붙었으니 다 내 것이 아닌가
돈 몇 푼 주고 지우면
겉이야 그럴듯하게 지워져
조금은 젊게 보이겠지만
그러다가 속 사연까지 지워지면
마음 없는 나는 무얼 믿고 살아가랴
여보, 안 갈래
훈장이라 믿어주면 안 되겠니?
당신과 내가 함께 만든 삶의 이력이니
지울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