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로, 건투를 비오 >
윤장로 왈
도둑괭이 새끼들 처마밑에 들였더니
젖도 빨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고
거 좋은 일이지
그런데 6개월만 기다리시게
그 새끼들이 또 새끼를 낳고
그 새끼의 새끼들이 또 새끼를 낳고
자네 집은 풍성한 집안이 될 것일세
삼가 건투를 비네
내가 어렸을 제
거금을 주고 비둘기를 한쌍 구하지 않았겠소
사과 상자로 근사한 집을 지어서
처마밑에 정성스레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지
양식도 귀할 땐데
아껴두었던 콩으로 포식을 시키고
얼마 안 있어서 알을 두개 낳고
예쁜 새끼를 까더라구
흐뭇하고 대견스럽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수다
아, 이놈들이 틈만 나면 새끼를 까요
아주 살판 났어
두달만 크면 그 놈들도 알을 낳고
아주 부대가 되고
금새 수십여 마리가 되더이다
온 집이 비둘기 똥에
여기저기 날리는 잔 털에
게다가 옆 집 콩밭을 요절을 냈대나 어쨌대나
학교 갔다 왔더니
모두의 시선이 바늘끝이야
나 참 혼났네
아무쪼록, 윤장로, 건투를 비오
아주 살판 났어
두달만 크면 그 놈들도 알을 낳고
아주 부대가 되고
금새 수십여 마리가 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