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시작 / 성백군
잘 사는 동네 주택가에는
과실수가 많다. 오렌지, 감, 사과……
노랑, 빨강, 먹거리들이
담장 넘어 길가 쪽으로 주렁주렁 달려서
지나가는 나그네 입맛을 돋운다
팔만 뻗으면 손안에 들어오는 과일
한 광주리는 될 것 같은데
아무도 따는 이 없으니 나도 못 딴다
대신에
길가에 떨어진 낙과 서넛 주워 보는데
거기에는 이미 임자(개미)가 따로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삶이
뭐 저래
이양 버릴 것이면, 이웃을 위해
비닐봉지에라도 몇 담아 담장 밖에 걸어 두면
‘사람 좋다’라는 인사라도 들을 텐데
잘 살수록
부자는 저만 알고
가난한 자는 남만 탓하니
저러다간, 인심이 점점 고약해져
하나님의 긍휼도 돌아앉으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