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속내 / 성백군
지난밤 비바람에
교회 주차장에 있는 몽키스패너 트리가
밑동이 부러져 넘어졌다고
하와이에서 지인이 사진을 보내왔다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
수령 80년이 넘은 아름드리 고목이……
그 깟 바람에, 해 봤자
이미 저질러진 일
겉은 멀쩡한데 병이 들었었는지
속이 텅 비었구나
그동안 참 고마웠는데
언제나 교회 예배당 길목에서
몸 흔들며 반겨 맞아주고
더울 때는 그늘 드리워 세속에 절은 땀
씻겨줬는데
혹, 당신은
목사, 장로, 권사, 해 묵은 집사,
겉 보기엔 번드레한 직분인데 내용이 없어
속 빈 강정이면 그동안 그늘 드리우느라 수고한
살신성인도 헛것이 된다고
벗겨진 나무껍질이 너덜거린다
1270 - 0215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