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물 / 성백군
집 앞 개천이
시뻘겋게 넘실거린다
목욕물, 산의 배설물, 흙의 상처를 씻어내는 소독물인가
며칠째 비 와서
봄장마가 왜 이리 길어하면서
하늘을 원망하고 자연을 폄하했는데
미안하구나
내 입장만 생각해서
이제, 그동안의 네 수고를 알았으니
언제쯤 맑은 물을 볼 수 있겠니?
입으로만 말고
먼저 몸으로 해 보란다
물가에 널브러진
비닐봉지, 찌그러진 깡통, 나무토막, 등
쓰레기 청소부터 해 보시란다
주변이 깨끗해야
몸도 마음도 치유된다고
넘실넘실 집 앞 개천 황토물에서
자연의 호소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