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나이 많아
세상 걷기가 힘들어
가을 들길에 나를 내려놓았습니다
부자로 살지는 못했지만
굶지는 않았고
힘은 들었지만, 철이 없어
그것이 고생인 줄 몰랐습니다
억새, 갈대, 고추잠자리,
작은 새, 빨간 나무 열매, 털 달린 홀씨,
하나님의 뜰에서 뿌리를 내렸으니
한 생을 잘 살았다고
다들, 나름대로 아름답게 익었습니다
주님이 주신 짐은 가볍습니다
내가 개미처럼 작아져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도 상처 입지 않습니다
낯설면서도 친근하고
쓸쓸하면서도 포근한 이길
노년에
풍경 속에 든 작은 나를 짚어보며
더 작아지려고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