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50 | 토끼 허리에 지뢰 100만 개 | 장동만 | 2006.04.08 | 603 | |
2049 | 첫경험 | 강민경 | 2006.04.08 | 296 | |
2048 | 시인이여 초연하라 | 손홍집 | 2006.04.08 | 172 | |
2047 | 새 출발 | 유성룡 | 2006.04.08 | 330 | |
2046 | 에밀레종 | 손홍집 | 2006.04.09 | 199 | |
2045 | 후곡리 풍경 | 손홍집 | 2006.04.09 | 378 | |
2044 | 세상을 열기엔- | 손홍집 | 2006.04.09 | 163 | |
2043 | 길 | 성백군 | 2006.04.10 | 152 | |
2042 | 난초 | 성백군 | 2006.04.10 | 259 | |
2041 | 칼춤 | 손홍집 | 2006.04.10 | 239 | |
2040 | 인경의 피리소리 | 손홍집 | 2006.04.10 | 359 | |
2039 | 내가 시를 쓰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소녀가 있었습니다. | 이승하 | 2006.04.17 | 672 | |
2038 | 봄 | 성백군 | 2006.04.19 | 177 | |
2037 | 봄과 두드러기 | 성백군 | 2006.04.19 | 366 | |
2036 | 너만 생각할 수 있는 이 밤 | 유성룡 | 2006.04.20 | 360 | |
2035 | 일주야 사랑을 하고 싶다 | 유성룡 | 2006.04.21 | 231 | |
2034 | 길 | 유성룡 | 2006.04.21 | 197 | |
2033 | 낙조의 향 | 유성룡 | 2006.04.22 | 193 | |
2032 | 진달래 | 강민경 | 2006.04.22 | 270 | |
2031 | 사랑이란 | 박상희 | 2006.04.25 | 2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