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70 | 시조 |
지금은 생리불순, 그러나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3.15 | 106 |
1969 | 시 |
새 집
1 ![]() |
유진왕 | 2021.08.03 | 106 |
1968 | 시 | 무 덤 /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27 | 106 |
1967 | 시 | 헤 속 목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31 | 106 |
1966 | 시 | 낯 선 세상이 온다누만 1 | 유진왕 | 2021.08.02 | 106 |
1965 | 시조 |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1.19 | 106 |
1964 | 장대비와 싹 | 강민경 | 2006.03.14 | 107 | |
1963 | 시 | 5월에 피는 미스 김 라일락 (Lilac)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7.10 | 107 |
1962 | 시 | 둘만을 위한 하루를 살자꾸나! / 김원각 | 泌縡 | 2020.06.03 | 107 |
1961 | 시조 |
연정(戀情)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3.28 | 107 |
1960 | 시 | 지음 1 | 유진왕 | 2021.08.09 | 107 |
1959 | 시 |
부르카
1 ![]() |
유진왕 | 2021.08.20 | 107 |
1958 | 시조 |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1.02 | 107 |
1957 | 시조 |
낙장落張 / 천숙녀
2 ![]() |
독도시인 | 2022.02.06 | 107 |
1956 | 시 | 나목의 겨울나기 전술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2.26 | 107 |
1955 | 바람아 | 유성룡 | 2008.02.28 | 108 | |
1954 | 시 |
거 참 좋다
1 ![]() |
유진왕 | 2021.07.19 | 108 |
1953 | 시 | 물구나무서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2.22 | 108 |
1952 | 시 | 적폐청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8.10 | 108 |
1951 | 시 | 밤, 강물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1.30 | 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