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4 06:37

한낮의 정사

조회 수 3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낮의 정사 / 성백군


좀 참지, 한낮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급했나 봐
검은 구름이 장대 같은 빗줄기를 내리꽂는다

숨 막히도록 열기를 뿜어내면서
젖어 드는 대지(大地)를 보다보다 노한 하늘이 마침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고래고래 천둥을 치는데
섬광이 번쩍인다. 질투의 화신이다.
바람[風]으로 초목(草木)를 움켜잡고
발길로 차고
주먹질로 산과 들판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팬다

대지(大地)의 서방질이다
그게 팬다고 그만둘 일이던가
바람이란 본래 한번 시작하면
물이 나오고, 몸이 젖고, 주변을 적시고, 홍수가 나고,
끝내 살림살이 박살 내고 패가망신해야만 끝나는 것인데
그래도 그동안 살아온 정이 더러워서
그만두었으면 하는 미련은 있는 것인데---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은 끝이 나고
여기저기 벗어놓은 옷처럼 나뭇잎이 나뒹굴고
누가 보든지 말든지
욕정을 다 채운 대지(大地)는 정사 후 퍼드러진 잡년처럼
꼼작 않는다.
이곳저곳 풍수(風水) 피해 지역을 남겨놓고
그게 만족인지 허전함인지 알 수 없지만, 기꺼이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면서

   620 - 0807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92 시계 박성춘 2009.10.14 782
2191 긴간사(緊幹事) 유성룡 2010.04.23 780
2190 지나간 자리는 슬프다 강민경 2010.02.20 768
2189 30여년 세월의 스승 권태을 선생님께 이승하 2004.09.20 767
2188 부부 김우영 2011.05.17 759
2187 1불의 가치 이은상 2006.05.05 756
2186 뇌는 죄가 없다 - Brain is not guilty 박성춘 2010.11.21 754
2185 어느 정신분열 환자의 망상 박성춘 2009.09.21 752
2184 박성춘 2010.02.23 751
2183 자유의지 박성춘 2010.05.23 750
2182 나를 찾는 작업은 확고한 시정신에서 비롯한다 - 장태숙 시집 '그곳에 내가 걸려있다' 문인귀 2004.10.08 747
2181 새롭지만은 않은 일곱 '신인'의 목소리 이승하 2005.12.19 738
2180 나이테 한 줄 긋는 일 성백군 2010.12.10 735
2179 그리움 이었다 강민경 2010.12.01 734
2178 우연일까 강민경 2009.11.11 733
2177 고향고 타향 사이 강민경 2011.01.07 727
2176 집으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 황숙진 2011.05.10 726
2175 낡은 공덕비 성백군 2009.12.25 718
2174 강한 어머니 박성춘 2009.12.09 717
2173 일본인 독서 김우영 2011.01.14 7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