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0 16:39

이별이 지나간다

조회 수 2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별이 지나간다


                                                                  이 월란



산 너머엔 봄이 왔다는 흐드러진 봄꽃의 루머처럼
충혈된 시야 속 동맥혈같은 기억의 줄을 잡고
길 건너 관광버스 한 대 지나가듯
그렇게 이별이 지나간다

상설시장의 인파 사이로 꼬리 감추며
무소속 정치인의 짧은 호시절 시끌벅적했던 강단처럼
용달차에 실린 어느 빈곤한 이삿짐처럼
옛집의 기억을 덜컹덜컹 흘리며
그렇게 이별이 지나간다

시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떠내려가는 허연 쌀뜨물처럼
누군가에 의해 예약된 압력밥솥의 자동타이머가 칙칙 푸욱
오늘의 세월을 익히듯
그렇게 이별이 지나간다

<그동안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문장 남긴
며칠 버티지도 못하고 돌아오고 말 방황하는 자식의 인사말처럼
언제 정신없이 달렸는지 기억도 없이 날아 온 속도위반 딱지처럼
오늘도
그렇게 손짓하며 이별이 지나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2 돌배나무 꽃그늘 속에서 성백군 2013.03.30 210
991 미음드레* 이월란 2008.04.28 210
990 차원과 진화 - Dimension & Evolution 박성춘 2012.01.28 210
989 낙엽 한 잎 성백군 2014.01.24 210
988 그래서, 꽃입니다 성백군 2014.07.11 210
987 꽃 속에 왕벌 하늘호수 2016.09.28 210
986 6월 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6.17 210
985 바람구멍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7.28 210
984 시조 낙법落法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9 210
983 철로(鐵路)... 천일칠 2005.02.03 211
982 탱자나무 향이 강민경 2006.03.05 211
981 하나를 준비하며 김사빈 2007.10.06 211
980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2.11.01 211
979 마지막 기도 유진왕 2022.04.08 211
978 해 후(邂逅) 천일칠 2005.01.27 212
977 강민경 2006.02.19 212
976 곤지(困知) 유성룡 2007.02.28 212
975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12
974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212
973 너로 허전함 채우니 강민경 2012.06.26 212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