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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에 뺨이
빨갛게 부르터서
눈을 깜박이는 여자
책갈피에 꾹꾹 눌러 놓은 꽃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듯
용감한 꽃잎 빛으로 메마른 종이를 물들이는

무지개 빛 날개를 펄럭이며
가냘픈 기생잠자리가 되어
여름 숲속 아침을 윙윙 날아 다니는
내 옛사랑 또한 어지럽게

점점 몸이 더워 지는 상상력으로
혀끝을 아랫니 윗니 사이에 넣고
꽉 깨문다, 그렇게 아프게 혀를 깨물면
자각심, 경각심, 혹은 튼튼한 경계심으로
내 인생을 채찍질하는 생각들이
판을 친다, 판을 치면서
뺨도 찰싹찰싹 때리고
무지한 가슴을 쾅쾅 두드린다
800 파운드짜리 털북숭이
눈 흰자위가 왈칵 뒤집히게
잔뜩 골이 난 고릴라처럼

© 서 량 200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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