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05 06:15

가을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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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없이
바람이 구름을 밀어 내더니
하늘이 대지(大地)위에 떨어져
산과 들, 구석구석이 물색없이 맑았다

설익은 과일은
이제야 철이 드는지
한껏 성숙해져 제 색갈을 들어내고
기세등등 벼들도
머리 조아리며 겸손해진다

저마다
삶을 정리하는 모습이
숙연하여
한일없이 허송한 세월이
못내 뷰끄럽구나

가기는 가야 겠는데
그냥 보내기가 아쉬우니
붉게 타는 나뭇잎처럼
마지막 여력을 다하여
지는 해나 벌겋게 물들여 볼거나

그러다
서산 넘어 해따라 가면
울긋불긋 하늘에 노을이 지듯
내 삶도 가을 속에 채색되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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