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26 13:20

약속

조회 수 189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약속/ 유성룡




그 때는
고향갈 채비는 고사하고
터 살 돈도 없어
한 분(墳)의 묫자리를 샀더니
비석을 세울 수가 없단다.

비석도 없이,
편편(便便)한 그녀의 묘지 위에
어쩌다가
눈 많이 오는 겨울이면
박육조(薄肉彫)의 흔적 조차
찾을 수가 없어
목이 메인다.

해 마다 기일이 되면
할머니와 이민 첫 날 밤의 약속,
돈 많이 벌어서 10년 후에는
할아버지 옆으로 대려다 달라시던
애향(愛鄕)의 목소리가

비거스렁이처럼 마음을 성기게 한다.
"꼭 한국으로 데려다 주거레이"
가슴마저 옹송그릴듯 차가운

진눈깨비가 흩뿌리고
지나는 춘삼삭(春三朔)의
홑옷으로 춥지나 않으신지?

맑은 밤 하늘에
죽은깨처럼 총총한 별빛 아래
비치는
올올(兀兀)하게 내민
옷가슴을 매 만지며

또, 오활한 마음으로
백주에 다짐을 해본다
올해는
꼭, 비개석과 봉신대를 만들고
빈자일등(貧者一燈)을 세우리라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3 철새 떼처럼 강민경 2016.09.19 156
1132 생각은 힘이 있다 강민경 2016.09.25 146
1131 꽃 속에 왕벌 하늘호수 2016.09.28 210
1130 近作 詩抄 2題 son,yongsang 2016.09.30 265
1129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43
1128 달, 그리고 부부 하늘호수 2016.10.02 247
1127 멸치를 볶다가 하늘호수 2016.10.10 333
1126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강민경 2016.10.11 257
1125 물에 길을 묻다 강민경 2016.10.20 226
1124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295
1123 날마다 희망 하늘호수 2016.10.27 125
1122 시끄러운 마음 소리 강민경 2016.10.28 261
1121 결실의 가을이 강민경 2016.11.01 135
1120 갈잎의 잔소리 하늘호수 2016.11.01 167
1119 수필 한국어(동심의 세계)-이용우 미주문협관리자 2016.11.02 274
1118 시조 바람의 머리카락-홍성란 미주문협관리자 2016.11.02 576
1117 수필 선물 채영선 2016.11.13 402
1116 수필 아이오와에서 온 편지 채영선 2016.11.23 344
1115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오연희 2016.11.30 273
1114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688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