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6 15:12

흔들리는 집

조회 수 2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들리는 집


                                                                   이 월란




언제부터였을까
노인성 백내장으로 한쪽으로만 보시던 내 아버지
버릇처럼 한쪽 손으로 회백색으로 흐려진 수정체를 가리시곤
뗏다 붙였다 뗏다 붙였다
<한쪽으론 정확한 거리측정이 역시 불가능해>
사물을 재어보시곤 하시던 내 아버지
저만치 슬픔이 아른거리며 다가올 때나
이만치 눈물겨움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쪽 눈을 가렸다 뗏다 거리측정을 한다
명절이면 표준말을 쓰는 곱상한 남매를 데리고 손님처럼 묵고가던
내 아버지 쏙 빼닮은 배다른 오빠가 문득 고향처럼 보고파질 때
나도 한쪽 손을 올렸다 내렸다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가까운 것들과 먼 것들이 늘 뒤섞여 있던 내 아버지의 시야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간다
알뜰히 물려주고 가신, 미워할 수 없는 불손한 유전자를 너머
<나는 당신의 딸입니다> 지령받은 사랑의 형질로
너무 멀어 그리워만지는 것들을
너무 가까워 안일해만지는 것들을
나도 한번씩 내 아버지의 거리측정법으로 파악해 보는 습관
아른아른 멀어진 걸어온 지난 길들은
생의 압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푸르스름한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집을 지어버린 나의 착시였을까
                                        
                                                      

  1. No Image 25Feb
    by 유성룡
    2008/02/25 by 유성룡
    Views 205 

    그대 품어 오기를 더 기다린다지요

  2. No Image 27Feb
    by 유성룡
    2008/02/27 by 유성룡
    Views 205 

    죽고 싶도록

  3. 뭘 모르는 대나무

  4. 해 돋는 아침

  5. 당신은 내 밥이야

  6. 비명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구나 / 김원각

  7. 독도의용수비대원 33인의 아버지 / 천숙녀

  8. 물소리 / 천숙녀

  9. No Image 18Oct
    by 강민경
    2005/10/18 by 강민경
    Views 206 

    쌍무지개

  10. No Image 29Jan
    by 유성룡
    2006/01/29 by 유성룡
    Views 206 

    사랑의 꽃

  11. No Image 05May
    by 이은상
    2006/05/05 by 이은상
    Views 206 

    대화(對話)

  12. No Image 18Aug
    by 성백군
    2006/08/18 by 성백군
    Views 206 

    4 월

  13. No Image 10Apr
    by 강민경
    2013/04/10 by 강민경
    Views 206 

    바위산에 봄이

  14. No Image 06Mar
    by 이월란
    2008/03/06 by 이월란
    Views 206 

    흔들리는 집

  15. No Image 15Feb
    by 강민경
    2012/02/15 by 강민경
    Views 206 

    나는 마중 물 이었네

  16. 봄 날

  17. 바위가 듣고 싶어서

  18. 신(神)의 마음

  19. 단풍 낙엽 – 2 / 성백군

  20. No Image 19Apr
    by 박성춘
    2012/04/19 by 박성춘
    Views 207 

    인사(Greeting)의 중요성

Board Pagination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