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7 21:33

방파제 안 물고기

조회 수 315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방파제 안 물고기 / 성백군
                                                                                                


와이키키 비치 방파제 안 물에서
양손에 식빵을 들고
물속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중년 남자
입가에 둥근 웃음이 파문처럼 번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작은 물고기들 몇몇 모여들어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재롱을 떠는데, 그놈들
어르기도 전에 수백 마리가 된다.
더러는 손바닥만 한 놈도 있지만 먹는 데는
큰놈 작은놈 체면이 없다. 금방 빈손이 된다. 저러다가
저 남자, 몸뚱이까지 다 뜯어먹히겠다 싶은데
살짝 손바닥으로 손안에 든 물고기 잡아
하늘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놓아주며
좋아서 ‘하하’ 웃는다.

구경하며 관망하다가
느닷없이 내 입속에 도는 군침
생선회 맛에 길든 내 혓바닥이 흥건한데
생뚱맞게 이는
저 물고기들이 혹 우리의 아이들이 아닐까?
방정맞은 생각
용돈 안 준다고 젊은 자식이 늙은 부모를
팼다는 일전 T.V 뉴스가 떠올라
떼거리로 달려드는 저 물고기들이 무섭다

인제 그만 저 둑을 헐고
물고기들이 바다에 나가 제힘으로
먹이 사냥을 하도록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방파제 안에 갇혀 주는 것에만 길들어진 우리 아이들
어른들의 노리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나보고
너도 한 번 해보라고 식빵까지 쥐여주며 끌어드리는데
안 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더니
이상 하다며, 세상에 이런 재미있는 놀이가 없는데---,
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3 팥죽 이월란 2008.02.28 197
1172 절규 성백군 2012.05.16 197
1171 아내의 값 성백군 2013.02.27 197
1170 봄날의 충격 강민경 2016.03.04 197
1169 갑질 하는 것 같아 강민경 2015.08.22 197
1168 곽상희 8월 서신 - ‘뉴욕의 까치발소리’ 미주문협 2017.08.24 197
1167 가을, 잠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9 197
1166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07 197
1165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97
1164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196
1163 우리집 강민경 2005.12.17 196
1162 바다 성백군 2006.03.07 196
1161 배달 사고 성백군 2013.07.21 196
1160 길동무 성백군 2014.03.15 196
1159 “혀”를 위한 기도 박영숙영 2018.08.19 196
1158 도심 짐승들 하늘호수 2017.05.21 196
1157 대낮인데 별빛이 강민경 2017.12.07 196
1156 아름다운 잎사귀로 남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0.07.06 196
1155 파도에게 당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10 196
1154 용서를 구해보세요 김원각 2 泌縡 2021.02.28 196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