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9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53 | 시 | 물고기의 외길 삶 | 강민경 | 2017.08.03 | 171 |
952 | 시조 |
부딪힌 몸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3.14 | 171 |
951 | 시조 |
젖은 이마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3.17 | 171 |
950 | 시 | 늙은 등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14 | 171 |
949 | 잔설 | 성백군 | 2006.03.05 | 170 | |
948 | 물(水) | 성백군 | 2006.04.05 | 170 | |
947 | 시 | 첫눈 | 하늘호수 | 2015.12.11 | 170 |
946 | 시 | 봄, 낙화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5.18 | 170 |
945 | 어머니의 웃음 | 성백군 | 2008.05.09 | 169 | |
944 | 시 | 5월 들길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6.20 | 169 |
943 | 시 | 사망보고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5.21 | 169 |
942 | 시 | 거리의 악사 | 강민경 | 2018.01.22 | 169 |
941 | 시 | 사랑(愛)…, 사랑(思)으로 사랑(燒)에…사랑(覺)하고….사랑(慕)한다……(1) | 작은나무 | 2019.04.07 | 169 |
940 | 시조 |
어머니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1.29 | 169 |
939 | 시 | 가지 끝에 내가 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10.20 | 169 |
938 | 시 |
수국
![]() |
김은경시인 | 2020.11.19 | 169 |
937 | 시 | 가을을 아쉬워하며 / 김원각 2 | 泌縡 | 2021.02.14 | 169 |
936 | 시조 |
펼쳐라, 꿈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3.17 | 169 |
935 | 夜 | 유성룡 | 2007.09.24 | 168 | |
934 | 아가 얼굴위에 | 강민경 | 2008.05.15 | 1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