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75
어제:
223
전체:
5,029,092

이달의 작가
2010.01.29 09:10

눈먼자의 여행

조회 수 635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10/01/28)
    


지중해라고 찍힌 티켓을 사고 바다라고 찍힌 비행기를 타면 돼 소라고둥같은 심장을 싣고 바람의 울음소리를 타고 가는거야


너의 심장으로 기꺼이 추락하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니 눈모서리에 모은 잔주름같은 물결 위로 바람처럼 일어섰다 스러지는 파도가 보이니


아침의 외로움과 저녁의 그리움이 뜨는 해와 지는 해처럼 서로 마주 볼 때, 정오의 햇살처럼 높아만지는 저 허기가 보이니


매일 팔딱이는 목숨 위에 그리 살가운 주인도 못되어, 방치해둔 넋을 어둠 속에서 응시하다 보면 동공처럼 커지던 단절의 꿈이 이제야 보이니


관념에 목이 졸리고서야 토해내는 부끄러운 진실이 끼니 때마다 밥을 안치는, 오막집마다 신열이 올라 추락한 별처럼 반짝이는 낯빛이 보이니


갈대처럼 한 시절 살다가며 제풀에 꺾이는 길목마다 외투깃을 세우던 눈먼 바람이 보이니 줄장미처럼 우리, 손잡아야 반짝 핀다는데 나는 손이 마른 꽃


숲으로 무성해진 바다 위에 빼곡히 벌목당한 나무들의 신음이 보이니 서로의 간절함을 저 물 속에 빠뜨리고 집시의 강 하류에서 흘러넘쳐 온 물내음이 보이니


정말 보이니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 회명(晦冥) 걷기 이월란 2008.05.09 352
110 제1시집 낭연(狼煙) 이월란 2008.05.09 329
109 사랑의 방식 이월란 2008.05.09 410
108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59
107 제1시집 그리움 하나 이월란 2008.05.09 358
106 제1시집 경계인 이월란 2008.05.09 337
105 제1시집 핑계 이월란 2008.05.09 320
104 제1시집 골목길 이월란 2008.05.09 311
103 사랑을 아니? 봄을 아니? 이월란 2008.05.09 367
102 모순 이월란 2008.05.09 308
101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100 제비집 이월란 2008.05.09 333
99 악습 이월란 2008.05.09 341
98 허아비 이월란 2008.05.09 440
97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96 오늘도 쌀을 씻는다 이월란 2008.05.09 328
95 눈물의 미학 이월란 2008.05.09 320
94 손을 내밀어요 이월란 2008.05.09 387
93 위선 이월란 2008.05.09 273
92 이별예감 이월란 2008.05.09 482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