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오연희
-뇌출혈로 쓰러진 친구를 생각하며-
신이 간섭하지 않았다면
저리 고운 날개를 가질 수는 없어
저리 우아하게 날개를 펼 수는 없어
혹여,
날개에 상처를 입었다고
저 오묘한 빛깔 잃은 것 아니지
일어설 기운이 모자란다고
펼칠 수 없다는 말 아니지
온전함을 다시 찾으려는
저의 의지와 자생의 시간이 필요하지
날개 깃마다 총총히 박힌 눈 다시 반짝일 수 있도록
저를 만드신 이에게
불쌍히 여김을 받는 것은 더욱 필요하지
자비와 긍휼의 새 날개 한껏 펴 춤추고 싶다는 말이지
빛과 기운 다 하는 날까지 더 진실하게
더 기품있게 춤추며 노래하고 싶다는 말이지
천만번 감사하며 살겠다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