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4 11:35
옛 시조 몇 수
좋은 시는 쉽게 읽힌다. 읽으며 공감을 하게 되고 감동을 받는다. 좋은 시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좋은 시란 어떤 것인가. 그저 심사위원으로 부터 좋은 평을 받고 상을 받으면 그만일까. 관념적인 말로 표현된 것 보다는, 일단 독자의 공감도가 높으면 좋은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는지. 좋은 시는 읽을수록 마음의 청정을 가져온다. 영혼을 맑게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난삽(難澁)한 시는 환영 받지 못한다.
한국문학의 유산으로서의 옛시조는 그 속에 고유의 민족 정서가 서려있어 친근감을 더해준다. 언제 읽어도 깊은 맛이 묻어난다. 거기에는 예지와 낭만이 깃들어 있고 시감 또한 풍부하다. 맑고 드높은 선비의 기상이 풍긴다. 조상들이 남긴 주옥같은 시조가 어찌 한둘에 그치련만, 모두를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아래에 내가 애송하는 옛 시조 네 수(首)를 올려본다.
五友歌 가을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설악산 가는 길에
水石과 松竹이라 皆骨山(註;금강산) 중을 만나
동산에 달 오르니 중더러 묻는 말이
긔 더욱 반갑고야 단풍이 어떻드냐
두어라 이 다섯 밖에 요사이 連하여 서리 치니
또 더하여 무엇 하리 때 맞았다 하드라
(後略)
尹善道(1589~1671),이조(효종),학자
趙明履(1697~1756),이조(영조),학자
말하기 좋다 하고 梨花에 月白하고
말하기 좋다 하고 梨花에 月白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銀漢(註:은하수)은 三更인데
남의 말 내 하면 一 衼 春心을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子規(註:두견새)야 알랴마는
말로써 말이 많으니 다정도 병 인양 하여
말 말을 까 하노라 잠 못 들어 하노라
작자미상 李兆年(1268~1342), 고려(충렬왕)의 충신
시(詩)를 짓는 사람을 시인(詩人)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들이 읊은 모든 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큰 시인의 자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좋은 시는 시공을 초월하여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비록 사람은 가고 없어도, 절간(寺)의 말(言)은 면면히 흘러서 길 이 역사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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