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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동이 터 오는 시각쯤에 세수를 하며
  그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또 몇 구의 시체가 들어올까
  겨울로 막 접어들거나 날이 풀릴 때
  더욱 바빠진다는 그대 아무 표정 없이
  불구덩이 속으로 관을 넣는다
  줄지어 선 영구차, 선착순으로 받는 시신
  
  울고 웃고 미워하고 용서했던 사람들의
  시간을 태운다 거무스레한 연기가
  차츰차츰 흰 연기로 변한다
  구름을 데리고 와 낮게 드리운 하늘
  아 이게 무슨 냄새지
  화장장 가득 퍼지는 오징어 굽는 냄새 같은
  짐승의 똥 삭히는 거름 냄새 같은*
    
  잘게 빻아주세요
  뿌릴 거요 묻을 거요
  땅에 묻을 겁니다
  묻을 거라면 내 하는 대로 놔두쇼  
  잘게 빻으면 응고가 됩니다
  한 시간을 타고 빗자루로 쓸어 담겨
  분쇄기에서 1분 만에 가루가 되는 어머니
    
  검게 썩을 살은 연기와 수증기로 흩어지고
  하얀 뼈는 이렇게 세상에 남는구나
  체온보다 따뜻한 유골함을 건네는 화부  
  어머니는 오전 시간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화부는 화장장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표정 없는 저 화부는 金泉火葬場이다


  * 김천화장장 바로 아래에 축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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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 자화상(自畵像) 유성룡 2005.11.24 205
1810 시조 자하연 팔당공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2 94
1809 자질한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23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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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 입춘대길(立春大吉)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2.08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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