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75 | 시 | 사인(死因) | 하늘호수 | 2016.04.09 | 261 |
1574 | 시 |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 강민경 | 2019.09.30 | 261 |
1573 | 시 | 역사에 맡기면 어떨지 1 | 유진왕 | 2021.07.27 | 261 |
1572 | 사랑의 진실 | 유성룡 | 2008.03.28 | 260 | |
1571 | 시 | 바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7.25 | 260 |
1570 | 시조 | 복수초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2.02.23 | 260 |
1569 | 詩가 꺾이는 사회 / 임영준 | 박미성 | 2005.08.13 | 259 | |
1568 | 난초 | 성백군 | 2006.04.10 | 259 | |
» | 시 | 종신(終身) | 성백군 | 2014.09.22 | 259 |
1566 | 시 |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 강민경 | 2016.10.11 | 259 |
1565 | 시 | 바위의 탄식 | 강민경 | 2016.07.07 | 259 |
1564 | 공기가 달다 | 박성춘 | 2011.11.02 | 258 | |
1563 | 기타 | 2017년 2월-곽상희 서신 | 미주문협 | 2017.02.16 | 258 |
1562 | 수필 | 한중 문학도서관 개관 운영계획 | 김우영 | 2015.06.04 | 258 |
1561 | 시파(柴把)를 던진다 | 유성룡 | 2006.03.12 | 257 | |
1560 | 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선생님 | 이승하 | 2008.05.14 | 257 | |
1559 | 시 | 오디 | 성백군 | 2014.07.24 | 257 |
1558 | 빈 집 | 성백군 | 2005.06.18 | 256 | |
1557 | 삶의 향기 | 유성룡 | 2006.02.04 | 256 | |
1556 | 비 냄새 | 강민경 | 2007.10.21 | 2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