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3.10.15 17:33

아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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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흑인 여자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간다, 위에는 노란 현광 빛 티에 까만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고 달려간다. 그 앞에 무엇이 있을까, 열려지지 않은 보석이라도, 보이지 않은 목적을 바라보며 달려가며 입안에 가득히 고인 현실을 목젖으로 넘기면서, 어디쯤 달려가야 보일지 모르지만 달려 가다 보면 그 정착지에 내 안을 만들어 보리라 할 것이다.

  아직은 뿌연 지붕 위로 햇살이 내려오지 않은 그 마루 위로 왜가리고 날아다니고, 백조의 힌 날개가 새벽을 재촉한다, 그들의 아침은 창공에 그어 놓을 하루가 가득하다 . 그 밑의 호수에 아홉 마리 아기오리를 데리고 새벽을 가르는 저 엄마, 찬란한 미래가 있다. 내게는 저 어린 것들의 미래가 내가 준비하여 주어야 하고, 길을 트여 주고 그리로 몰고 갈 길이 있다.

  아침에는 누구나 밑그림을 그리고, 그 밑그림 밑에 밑줄을 치고, 오늘은 , 다짐을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햇살처럼 하루는 그들을 지나쳐서 저 혼자서 일어나서 자기 길로 간다.  그냥 그 날을  기념 할지도 , 우리는 그렇게 사그라지고, 아침은 여전히 햇살처럼 가슴에 빛살로 박힌다. 빛살로 박히는 사람과 , 빗물로 박히는 사람과 , 산 날망으로 무지개로 피는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미래는 언제나 아침이 준비 하고, 나오는 것, 아침이 준비 한대로 춤추던 피에로 인 것을 아는가. 신이 만들어 놓은 피조물은 아침에 준비하여, 무대 위에서 서서 춤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그 안에서 씨앗을 뿌리고, 그리고는 말없이 무대를 내려오는 날, 그 앞에 인도 할 아침이 있다. 다음은 다른 아침이 있다. 준비는 필요 없다,

  그가 준비 한 대로 무대에 올려 졌다가 내려 질 때는 말없이 내려와야 하는 것, 그렇게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었고, 내일도 있겠고, 그 다음 날도 있을 것,

창가에 앉아 아침을 본다. 거기 정지한 시간이 일어서고 있다. 호수 위로 내려오던 해가 물 위로 찰랑 댈 때는, 아침이 기립하고, 우회하는 시간인 것이다 . 새로움의 시작인 것이다 .

  지붕 위에 그림자가 호수위로 내려오고 . 정지한 시간들이 깨어나는 시간 , 분수대에서 물이 쏟아지고. 소리 없는 함성이 들리고, 아, 거기 나의 시간이 시작이다 . 커피 잔에 동동 뜨던 햇살 한 조각이 살프시 미끄러진다. 나무 잎이 흔들린다. . 파르르 떨며 일어서는 너와 나의 거리만큼 우리는 살아간다.

   거미줄을 쳐 놓고 시간을 재던 저 시간에 걸릴 하루도 있고. 달리는 저 흑인 여자의 목표가 보일 것이고 , 딸하고 달려가는 그 길엔 반짝이는 그들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제가 오늘로 올 때는 아무도 모르게 오고 있다. 내일이 두려움으로 찾아 올 때도 막을 수 없다.

  저 아침이 찾아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비우고 기다린다는 것을 아침과 호수와 물오리와 햇볕 한 조각이 말해 준다.

살만한 세상, 가꾸고 다듬을 만한 하루가 있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이 별 것인가, 바라 볼 수 있는 것과 침묵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리움이 목젖을 올라오는 것. 첩첩이 쌓아둔 추억 같은 것 하나 꺼내 볼 수 있는 것 물오리가 헤엄 칠 수 있는 것. 왜가리가 아침을 알리는 기를 올리는 것, 저 하얀  날개에 그림을 그리어 볼 수 있는 백지가 있는 것. 사랑 하는 것들이다 .

  사랑 할 수 있는 사고와 사랑 할 수 있는 너와 나의 거리가 있는 여기, 갈피 속에 네잎 크로바 넣어 놓고 몇 십 년 뒤에 볼 수 있는 시간들. 애송시 하나 입안에 넣고 굴려 보는 것 ,가장 행복한 사람, 사랑 합니다. 사랑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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