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의 추도예배 / 성백군
북가주 길거리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바람 불면 떼 지어 몰려다니며 웅성거리고
밟으면 바스락거리며 일어서 보지만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이미 죽은 목숨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싱싱했던 초년의 초록도
고왔던 노년의 단풍도, 한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남은 건 헐벗은 까만 몸뚱이뿐
항복인지 항거인지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치켜들고 동장군 앞에 섰습니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오면서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도
겨울 앞에 서 보니 다 헛산 삶 같아서
한해의 몇 안 남은 날 붙잡고 회한에 젖습니다
성공한 일, 실패한 일, 화려한 것, 구질구질한 것들 모두
때가 되면 저절로 지나가고 말 것을,
지나가면 그만인 것들에게 왜 그리 집착했는지
후회해 보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인 줄 알지만
그대로 지나치기에는
주름지고 서리 내리도록 수고한 몸에게 너무 미안해
늦깎이 철든 아이의 개똥 철학처럼
적당한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회계하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가랑잎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찬양하는 박수소리로 새겨듣는 착한 겨울나무가
마지막 잎사귀 몇 붙잡고 추도예배를 드립니다
찬바람에도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빨갛게 익어가든 단풍 한 잎, 더디어 은혜를 알았는지
동짓달 지는 해를 빨아들이며
이제는 바람 불지 않아도 감사하다며
시나브로 떨어집니다. 떨어져 편안히 쌓입니다
570 - 1213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