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73 | 시 | 한겨울 잘 보냈다고/강민경 | 강민경 | 2019.04.19 | 142 |
1572 | 시 | 겨울 바람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0.01.07 | 142 |
1571 | 살고 지고 | 유성룡 | 2006.03.24 | 143 | |
1570 |
마리나 해변의 일몰
![]() |
윤혜석 | 2013.06.21 | 143 | |
1569 | 시조 |
비켜 앉았다 / 천숙녀
1 ![]() |
독도시인 | 2021.02.09 | 143 |
1568 | 시 | 아침 이슬 | 하늘호수 | 2017.03.30 | 143 |
1567 | 시 | 6월 | 하늘호수 | 2016.06.15 | 143 |
1566 | 시 | 나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2.25 | 143 |
1565 | 시 | ~끝자락, 그다음은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1.03.10 | 143 |
1564 | 시 | 제기랄 1 | 유진왕 | 2021.08.07 | 143 |
1563 | 시 | 4B 연필로 또박또박 1 | 유진왕 | 2021.08.11 | 143 |
1562 | 시조 |
코로나 19 – 낙엽落葉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9.29 | 143 |
1561 | 시조 |
가슴은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7.12 | 144 |
1560 | 시 | 소음 공해 1 | 유진왕 | 2021.07.22 | 144 |
1559 | 봄볕 | 성백군 | 2006.07.19 | 145 | |
1558 | 기도 | 성백군 | 2007.01.18 | 145 | |
1557 | 곳간 | 성백군 | 2007.12.13 | 145 | |
1556 | 獨志家 | 유성룡 | 2008.03.08 | 145 | |
1555 | 꽃불 | 성백군 | 2008.04.04 | 145 | |
1554 | 겸손 | 성백군 | 2008.04.04 | 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