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目]길 / 성백군
아내와 함께 길을 가다가
34, 35, 36, 36, 37, 35,
신축 아파트 층수를 세다가
현기증이 일어 높이가 자꾸 헷갈린다
나와 무관한 일이라
쓸데없는 일인데, 안 해도 되는 일인데,
오래, 위만 바라보다 보니 어지럽다.
이것도 습관일까?
고희가 넘은 이 나이에
그러다가 미끄러져 발목이라도 삐면
넘어져 엉덩이에 금이라도 가면
그 고생에,
후배들 보기에 부끄럽고 자식들에게 망신이다.
싶어
아내의 손목을 꼭 잡고
균형을 잡는다
“그러니까 더 욕심내지 말고
아래를 보라고 했잖아요”
카랑카랑한 아내의 목소리에 놀라
내 눈[目]길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