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 천숙녀
버리지 못하는 집착의 길 한 짐 씩 덜어내자
맞물린 톱니에 갇혀 견뎌야 했던 급류쯤
역류로 흐르는 소문은 참아온 내열(耐熱)
이다
봄볕이 몰고 온 사연 소름으로 돋았다
꼿꼿이 서서 버티었던 발길 뚝 끊긴 사월
한바탕 춤사위였다 칼집 내어 버무리던
한여름 출렁이던 서녘하늘에 노을이 탄다
땅을 치며 쏟은 눈물 목청 풀고 울었던 날
지독한 눈물이 있어 꽃으로 피는 거다
생(生)의 순간 오늘 하루는 한편의 드라마다
수맥(水脈)으로 흐르면서 꿈틀거리는 목숨 줄
우주의 맑은 길 여는 가뿐한 맨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