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0 18:48

풍성한 불경기

조회 수 2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풍성한 불경기/강민경

 

 

         시간을 아끼려고

 뒷문으로 나와 걷는데

 길 위에 뒹구는 아기 머리통만 한

 석류 몇 개, 쩍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홍 보석 같은 붉은 알이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울 밖으로 뻗은 나무에

 가지가 휘도록 버려져 있는 석류가

 수확 시기를 넘긴 듯 틈을 가르고

 금방 쏟아져 나올 듯, 급한 것을 보면서

 내가 주인이라면

 벌써 따다가 석류 주라도 담았을 텐데

 조바심 내는 내 마음을 알아챘는가!

 새들, 가지에서 가지로 옮기며

 즐기는 사랑의 키스라니! 주둥이가 벌겋다

 

 저들에겐 불경기를 모르는 풍성함인데

 사람들은 불경기라면서도

 새들에게 혹은 다람쥐에게는 후한 것을 보면

 굶주리는 불경기가 아니라 풍성한 불경기다

 

 떨어진 석류 몇 개 중에서 못생기고

 작은 것 하나를 도로 그 자리에 남기며

 예다 이것도 너희가 먹으렴 하고, 돌아서는

 내 선심에 아랑곳하지 않는

 새들은 내 풍성한 불경기엔 관심도 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3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강민경 2015.04.05 393
952 분수대가 나에게/강민경 강민경 2015.03.31 316
951 무명 꽃/성백군 하늘호수 2015.03.27 345
950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강민경 2015.03.26 317
949 복숭아꽃/정용진 정용진 2015.03.24 227
948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54
947 당신의 소신대로 강민경 2015.03.15 246
946 날 붙들어? 어쩌라고? 강민경 2015.03.15 262
945 나비의 변명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3.15 252
944 초록만발/유봉희 1 오연희 2015.03.15 200
943 연가(戀歌.2/.秀峯 鄭用眞 정용진 2015.03.07 160
942 봄비.2 1 정용진 2015.03.07 151
941 낙화.2 정용진 2015.03.05 215
940 분수대에서 성백군 2015.02.25 209
939 비빔밥 2 성백군 2015.02.25 246
938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88
937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194
936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444
935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89
934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300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