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5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4

2773C6465583391D34F4A2

남은밥과 강소주, 국물도 없는 민족?

충청신문 김우영 작가 siin7004@hanmail.net 2015.6.19(금)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6.19 21면 | 지면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icon_p.gif
▲ 서울 세종로 세종대왕 좌상

식당에서 흔히 하는 말이 ‘하꼬비’ 와 ‘짬빱’ 이다. 하꼬비는 일본말로 물건을 나르는 사람을 자칭하는 것이다. 우리말은 나름이, 나르는 이, 운송원이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도 ‘잔빵, 짬빱’ 이 있다. 잔빵은 일본말 잔반을 우리말처럼 사용하면서 된소리를 낸 것인데 우리말로는 대궁밥, 남은밥, 밥찌게 이다.

극장 영화관 공연장 따위 문간에서 입장권 초대권 같은 것을 받는 사람을 아직도 ‘기도’ 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기도는 일본말로 한자 목호(木戶)를 사용한다. 우리말은 문지기, 집표원, 수표원 이다. 가요계에서는 아직도 ‘노래취입’ 이라는 말을 씁니다. 일본말 후레이레 를 그대로 쓰는 것인데 우리말은 노래녹음 이다.

‘깡소주’는 가벼운 주머니에 깡다구(깡)를 안주삼아 쓸쓸히 마시는 소주이다. 어떤 이는 비싼 안주 대신 ‘새우깡’을 놓고 마시는 소주가 깡소주라고 한다. ‘깡소주’는 ‘강소주’가 강하게 표현된 말이다. 그냥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이 ‘강술’이고, 안주없이 마시는 소주가 ‘강소주’다. 국과 찬이 없이 맨밥으로 먹는 밥이 ‘강밥’이듯 말이다.

접두사 ‘강-’은 강추위, 강더위 등에서 ‘호된, 심한’의 뜻으로 사용. 강울음, 강호령 등에서는 ‘억지스러운’ 뜻으로 쓰인다. 강기침, 강서리 등에서는 ‘마른, 물기가 없는’의 뜻으로 쓰인다. 시중에 판매되는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등의 ‘-깡’은 처음 나온 제품명을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

호남벌 전주(全州)는 음식의 고향이다. 전주 비빔밥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콩나물 해장국이 있다. 지난밤 마신 술독을 풀거나 쓸쓸한 속을 달래는 데는 이만한 효자음식도 없다. 우리가 해장국집에 가면 손님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주머니 여기 ‘멀국’ 좀 더 주세요!”

이와 비슷한 말로 ‘말국’이란 말도 종종 쓰인다. 그러나 ‘멀국’ ‘말국’은 표준어가 아니다. ‘국물’이라고 해야 맞다. ‘멀국’은 전라도나 충청지역에서 쓰는 방언(사투리)이고, ‘말국’은 경기, 충북, 경남 지역의 방언이다.

음식물의 ‘국물’은 ‘국, 찌개 따위의 음식에서 건더기(대부분의 사람이 ’건데기‘라고 많이 쓰는데 바른말이 아니다.)를 제외한 ’물‘을 일컫는다. 그런데 국에 들어간 고춧가루나 된장, 고추장, 마늘, 생강 다진 것 등을 ’건더기‘라고는 않는다. 그러므로 ’국물‘은 건더기가 우러난 물에 온갖 양념이 풀어진 것을 말한다.

'멀국’‘말국’ 은 국물과 같은 뜻으로 해석되지만 약간 다른 느낌을 주는 말이다. 콩나물국이나 설렁탕, 곰탕의 국물처럼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우러난 맑은 것을 말한다. ‘멀-’‘말-’이 ‘멀겋다’ ‘말갛다’에서 온 것으로 보아 ‘멀국’ ‘말국’은 ‘멀건 국’ ‘말간 국’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영국의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말했다.

“대한민국의 한글을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글만큼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언어는 없다고 한다. 이런 훌륭한 우리말을 모르고, 어찌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을까? 이러면 국물도 없는 민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다음호에 이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0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10
1289 밑줄 짝 긋고 강민경 2019.08.17 210
1288 시조 코로나 19 – 접혔던 무릎 세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29 210
1287 사모(思慕) 천일칠 2005.04.26 209
1286 전지(剪枝) 성백군 2007.01.18 209
1285 암벽을 타다 박성춘 2007.10.14 209
1284 시조 낙법落法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9 209
1283 눈으로 말하는 사람 김사빈 2007.04.03 208
1282 돌배나무 꽃그늘 속에서 성백군 2013.03.30 208
1281 첫눈 (부제: 겨울 나그네) 강민경 2008.04.06 208
1280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4.10 208
1279 바다를 보는데 강민경 2014.05.25 208
1278 아침의 여운(餘韻)에 강민경 2016.03.19 208
1277 사랑의 미로/강민경 강민경 2019.01.07 208
1276 불타는 물기둥 강민경 2015.08.03 207
1275 빗물 삼킨 파도 되어-박복수 file 미주문협 2017.11.08 207
1274 잡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7.21 207
1273 화장 하던날 1 young kim 2021.02.11 207
1272 시조 곡비哭婢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5 207
1271 신선이 따로 있나 1 유진왕 2021.07.21 207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