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보다 몇 십배
더 샛노란 산수유가
뼈만 남은 가지를 올라타고
아까부터 꼼작달싹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두 번쯤 깜박이는 틈을 타서
얼른 몸을 움직이는 걸 보았다
배경에 엉거주춤 서 있던
키가 큰 소나무 서너 그루도
이때가 때다! 하며 봄바람을 만진다
나는 시야가 뭉클해지면서
원근법이 엉망이 된다
개나리보다 몇 백배 더 단단한
작고 귀여운 뿔들이 샛노랗게 솟아
너무나 부끄러운 산수유 얼굴만 빼놓고
머쓱해 하는 산봉오리 몇몇이며 들판이며
내가 여태껏 애타게 기다린 봄도
초점이 다 흐리멍덩해지는 걸 보았다
© 서 량 2005.03.2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09 | 시 | 평 안 1 | young kim | 2021.03.30 | 169 |
1308 | 시 | 늙은 등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14 | 169 |
1307 | Fullerton Station | 천일칠 | 2005.05.16 | 170 | |
1306 | 물(水) | 성백군 | 2006.04.05 | 170 | |
1305 | 열병 | 유성룡 | 2008.03.27 | 170 | |
1304 | 돈다 (동시) | 박성춘 | 2012.05.30 | 170 | |
1303 | 시 | 강설(降雪) | 하늘호수 | 2016.03.08 | 170 |
1302 | 시 | 길 잃은 새 | 강민경 | 2017.06.10 | 170 |
1301 | 시 | 물 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7.06.25 | 170 |
1300 | 시 | 나에게 기적은 | 강민경 | 2020.01.22 | 170 |
1299 | 시 | 아내의 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5.26 | 170 |
1298 | 시 | 드레스 폼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1.11.16 | 170 |
1297 | 시조 |
부딪힌 몸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3.14 | 170 |
1296 | 방향 | 유성룡 | 2007.08.05 | 171 | |
1295 | 소라껍질 | 성백군 | 2008.07.31 | 171 | |
1294 | 시 | 진짜 촛불 | 강민경 | 2014.08.11 | 171 |
1293 | 시 | 이웃 바로 세우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12.27 | 171 |
1292 | 시 | 심야 통성기도 | 하늘호수 | 2017.09.28 | 171 |
1291 | 시 | 오가닉 청문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9.26 | 171 |
1290 | 시 | 묵언(默言)(1) 2 | 작은나무 | 2019.02.21 | 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