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1 21:12

과수(果樹)의 아픔

조회 수 21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늙은 과수(果樹)가
발 밑에 떨어진 낙과를 바라보며
오열을 참고있다

멍들고 깨어지고 갈라진것들이
부실해서 당한 재난이라고
옆가지 잘려나간 자리, 하얗게
생으로 드러낸 채
머리채를 쥐어뜯듯 나뭇잎을 뜯어내고 있다

그건, 간밤에
예고없이 닥친 태풍 때문이라는
위로의 말도 들리지만
그게 싫어서
입술을 깨물며 통곡을 참고있다

그럴때마다
죽은듯이 숨죽이며 땅속에 숨어있던 뿌리가
죄인이라 여겨 주눅던 마지막 자존심이
죽을 힘을 다해 용을 쓰고있다
굵은 힘줄이 여기저기 땅위로 솟구쳐
땅속을 얽어 매는것이다

태풍 때문이 아니라고
내가 부실해서 그렇다고
아직 내 품에는 남은 자식들이 있다고
오열을 참으며 불끈불끈 힘을 쓰고있다
가을해가 헉헉거리며 단내를 토해내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3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652
582 배꼽시계 강민경 2008.12.20 368
581 그리운 타인 백남규 2008.12.10 104
580 사목(死木)에는 성백군 2009.06.19 619
579 암 (癌) 박성춘 2009.06.23 590
578 고백 강민경 2008.11.21 237
577 저, 억새들이 성백군 2008.11.20 155
576 ,혼자 라는것 강민경 2009.05.26 697
575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박영호 2008.11.12 644
574 언어의 그림 그리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1) 박영호 2008.11.12 572
573 참 바보처럼 살다 갔네. 황숙진 2009.05.26 978
572 부부 file 김우영 2009.05.19 602
571 바람의 생명 성백군 2008.09.23 170
570 해는 저물고 성백군 2008.09.23 154
569 님의 침묵 강민경 2008.09.23 245
568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강민경 2008.10.12 288
567 혼자 남은날의 오후 강민경 2008.10.12 227
566 벽에 뚫은 구멍 백남규 2008.09.30 429
565 생의 바른 행로行路에 대한 탐색/ 서용덕 시세계 박영호 2008.09.12 478
564 갈치를 구우며 황숙진 2008.11.01 490
Board Pagination Prev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