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7 20:29

낙관(落款)

조회 수 514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관(落款) / 성백군


   늙은 재두루미 한 마리가
   물가를 걷고 있다
   가다가 멈춰 서서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고는
   날개를 들먹거려 보이기도 하지만
   물속에 든 제 모습을 바라보고, 날지 못하고
   흐르는 물에 발자국만 꾹꾹 찍는다

   제 마음에는
   제가 살아온 날 수 만큼 제 몸이 무거워
   흔적은 남길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몸이 무겁다고 물이 찍히나
   찍힌다 하더라도 흐르면 그만인 것을

   나도 한때는
   허방에 어른거리는 내 그림자를 믿고
   내 멋에 취하여 허공을 걸어봤지만
   걷는다고 다 길이 되지 않더라
   길이라 하더라도 발자국은 남길 수 없는 것을

   재두루미야
   우리 서로 해 넘어가는 자리에서 만났으니
   너는 내 안에 나는 네 안에 낙관(落款) 하나씩 찍어놓자
   그리고 빈 하늘에
   저녁노을 찰랑거리는 그림 그려 꽉 채우고
   지평이든 수평이든 암말 말고 넘어가자  

  1. 듬벙 관람요 / 성백군

  2. No Image 27Jan
    by 김학
    2005/01/27 by 김학
    Views 537 

    미리 써본 가상 유언장/안세호

  3. No Image 04May
    by 성백군
    2009/05/04 by 성백군
    Views 535 

    불경기

  4.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5. No Image 21Jul
    by 박성춘
    2007/07/21 by 박성춘
    Views 532 

    아틀란타로 가자

  6.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7. No Image 10Feb
    by 이승하
    2008/02/10 by 이승하
    Views 530 

    잠 못 이룬 밤에 뒤적인 책들

  8. No Image 10Jan
    by 김우영
    2011/01/10 by 김우영
    Views 530 

    새해에는

  9. No Image 26Nov
    by 서 량
    2005/11/26 by 서 량
    Views 528 

    옛날에 금잔디

  10. No Image 24Jul
    by 관리자
    2004/07/24 by 관리자
    Views 524 

    꿈속으로 오라

  11. No Image 27Jun
    by 김사빈
    2006/06/27 by 김사빈
    Views 523 

    6.25를 회상 하며

  12. No Image 06Aug
    by 황숙진
    2007/08/06 by 황숙진
    Views 523 

    秋江에 밤이 드니

  13. 찔래꽃 향기

  14. 아파트 빨래방의 어느 성자

  15. No Image 17Jun
    by 신 영
    2008/06/17 by 신 영
    Views 517 

    한국전통 혼례복과 한국문화 소개(library 전시)

  16. No Image 28Jun
    by 강민경
    2005/06/28 by 강민경
    Views 516 

    석류의 사랑

  17. 속살을 보여준 여자-고대진

  18. 야자나무 쓸리는 잎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19. No Image 13Apr
    by 강민경
    2009/04/13 by 강민경
    Views 514 

    내 가슴에 비 내리는데

  20. No Image 07Jan
    by 성백군
    2011/01/07 by 성백군
    Views 514 

    낙관(落款)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