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76 석류의 사랑 강민경 2005.06.28 523
2275 풀 잎 사 랑 성백군 2005.06.18 303
2274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김우영 2011.10.01 674
2273 빈 집 성백군 2005.06.18 256
2272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나은 2008.08.26 579
2271 도마뱀 강민경 2005.11.12 256
2270 낙관(落款) 성백군 2011.01.07 515
2269 무 궁 화 강민경 2005.07.12 331
2268 아우야, 깨어나라 고영준 ko, young j 2005.05.18 356
2267 ‘위대한 갯츠비(The Great Gatsby)’를 보고나서 김우영 2013.05.23 670
2266 구어의 방주를 띄우자 전재욱 2005.01.01 344
2265 쿼바디스 나마스테-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564
2264 흰 머리카락 성백군 2005.08.26 274
2263 가슴이 빈 북처럼 강민경 2010.03.09 872
2262 강을 보며, 바다를 보며-오정방 관리자 2004.07.24 495
2261 그대! 꿈을 꾸듯 손영주 2008.02.28 394
2260 땅과 하늘이 마주 보는 비밀을 강민경 2010.07.06 1003
2259 모닥불도 처음엔 강민경 2010.06.15 891
2258 연꽃과 연등 - 나마스테 관리자 2004.07.24 839
2257 우리말 애용론 김우영 2011.04.20 57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