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4 06:37

한낮의 정사

조회 수 3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낮의 정사 / 성백군


좀 참지, 한낮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급했나 봐
검은 구름이 장대 같은 빗줄기를 내리꽂는다

숨 막히도록 열기를 뿜어내면서
젖어 드는 대지(大地)를 보다보다 노한 하늘이 마침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고래고래 천둥을 치는데
섬광이 번쩍인다. 질투의 화신이다.
바람[風]으로 초목(草木)를 움켜잡고
발길로 차고
주먹질로 산과 들판을 마구잡이로 두들겨 팬다

대지(大地)의 서방질이다
그게 팬다고 그만둘 일이던가
바람이란 본래 한번 시작하면
물이 나오고, 몸이 젖고, 주변을 적시고, 홍수가 나고,
끝내 살림살이 박살 내고 패가망신해야만 끝나는 것인데
그래도 그동안 살아온 정이 더러워서
그만두었으면 하는 미련은 있는 것인데---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은 끝이 나고
여기저기 벗어놓은 옷처럼 나뭇잎이 나뒹굴고
누가 보든지 말든지
욕정을 다 채운 대지(大地)는 정사 후 퍼드러진 잡년처럼
꼼작 않는다.
이곳저곳 풍수(風水) 피해 지역을 남겨놓고
그게 만족인지 허전함인지 알 수 없지만, 기꺼이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면서

   620 - 0807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9 연륜 김사빈 2008.02.10 166
928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3.14 166
927 바람의 생명 성백군 2008.09.23 166
926 갈잎의 잔소리 하늘호수 2016.11.01 166
925 시조 뒷모습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26 166
924 사망보고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21 166
923 넝쿨 선인장/강민경 강민경 2019.06.18 166
922 강설(降雪) 성백군 2014.01.24 165
921 시조 묵정밭 / 천숙녀 3 file 독도시인 2021.02.03 165
920 복이 다 복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3.12 165
919 시조 여행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3 165
918 바람둥이 가로등 성백군 2013.03.09 164
917 2월 이일영 2014.02.21 164
916 나의 일기 하늘호수 2016.04.06 164
915 부부는 일심동체라는데 강민경 2019.09.20 164
914 시조 어머니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9 164
913 가을을 아쉬워하며 / 김원각 2 泌縡 2021.02.14 164
912 시조 넝쿨손이 울타리를 만날 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14 164
911 하나님 경외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8.09 164
910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64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