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0 시조 여행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3 165
1349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65
1348 모래성 강민경 2007.03.19 166
1347 秋夜思鄕 황숙진 2007.09.20 166
1346 연륜 김사빈 2008.02.10 166
1345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3.14 166
1344 바람의 생명 성백군 2008.09.23 166
1343 갈잎의 잔소리 하늘호수 2016.11.01 166
1342 시조 뒷모습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26 166
1341 사망보고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21 166
1340 넝쿨 선인장/강민경 강민경 2019.06.18 166
1339 가을을 아쉬워하며 / 김원각 2 泌縡 2021.02.14 166
1338 파도소리 강민경 2013.09.10 167
1337 물고기의 외길 삶 강민경 2017.08.03 167
1336 눈 감아라, 가로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11 167
1335 오월 꽃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6.01 167
1334 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8 167
1333 등에 등을 기대고 앉아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27 167
1332 유성룡 2007.09.24 168
1331 아가 얼굴위에 강민경 2008.05.15 168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114 Next
/ 114